늑대아이

하느 (@harne_ / http://blog.naver.com/harne_)

 

동화 속 얘기 같다고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신기한 일이
있을 리 없다고

 

하지만 이건 틀림없는
저희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엄마가 좋아하게 된 사람은
늑대인간이었습니다

 

늑대         

늑대아이       

늑대아이 아메    

늑대아이 아메와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

 

엄마는 도쿄 외곽에 있는
국립대 학생이었어요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를
두 개 뛰면서 마련했지요

 

세간에서 현자로
평판이 인물은

확실히 자신이 뛰어난
분야 외에 잡학에도 능하지

하지만 진·선·미, ...

 

어느 초여름 날

엄마는 대학에서
아빠를 발견했습니다

옷깃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교과서도 없이 그저 한결같이
필기를 하는 그 뒷모습은

다른 학생들과는
전혀 달랐다고 합니다

 

잠깐만요

 

이거, 출석표...

작성해서 제출해야
출석이 인정돼요

- 그래서...
- 나

여기 학생이 아니야

 

거슬린다면 이제 안 올게

 

잠깐만요

 

그쪽이 학생인지
아닌지는 전 몰라요

그보다 좀 전 강의는 교과서
없으면 좀 어려울 거예요

같이 보실래요?

 

금요일에 오시면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기다리셨습니다

 

자, 들어오세요

 

이 재판의 고소인은
시인 멜레토스

정치 권력을 갖고 있던
유력자 아니토스

웅변가 리콘, 3명입니다

대표는 멜레토스였지만

아니토스가 뒤에서
꾸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평소엔 뭐 하고 놀아?

음식은 뭐 좋아해?

지금까지 어떤 사람을
좋아했어?

 

넌 왜 하나야?

이름?

내가 태어났을 때, 뒤뜰에
코스모스가 피어있었어

심은 게 아니라
저절로 자라난 코스모스

그걸 보고 아빠가
갑자기 떠올랐대

(하나)처럼 웃음을
잃지 않는 애로 자라라고

괴로울 때든 힘들 때든
억지로라도 웃으라면서

그러면 대부분
넘길 수 있을 거래

 

그래서 아빠 장례식 때도
계속 웃고 있었어

그랬더니 친척분들이
불경스럽다고

엄청 혼내고...

 

그치만 역시
불경스러웠으려나?

 

안 그래

 

다행이다

 

같은 동네라도
집안은 전혀 달라

돈이 많은 집, 없는 집

가족이 많이 있는 집
혼자 사는 집

아기가 있는 집
노인들만 사는 집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녀왔습니다' 하고

신발 벗고
세수하고 손 씻고

의자에 푹 걸터앉고

그럼 좋겠어

책장을 만들 거야

책이 가득 차면 또
새 책장을 만들 거야

뭘 하든 어때
내 집인걸

 

그럼 내가
'어서 와'라고 해줄게

 

하나

 

왜?

 

너한테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뭐든 말해

사실...

 

내일 얘기할게

 

하나

 

미안, 하나

 

잘못했어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어

 

무서웠어
네가 떠나버릴까 봐

하지만 더 일찍
말했어야 했어

아니, 보여줘야 했어

보여줘?

잠깐만 눈 감고 있어

 

좀 더

 

이제 됐어?

 

하나

 

내가 뭐로 보여?

 

보름달이 뜬 밤에 변신하고

사람을 덮치는 건 그냥
전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세상은 내가 모르는
일들로 가득 차있구나

엄마는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놀랐어?

 

이제 만나기 싫어?

 

하지만 떨고 있어

무서워?

안 무서워

 

너인걸

 

아빠는 약 100년 전에
멸종했다고 알려진

일본 늑대의 후예였어요

늑대와 인간이 사귀어

그 피를 이어받은
마지막 존재였지요

아빠의 부모님은
아직 어린 아빠에게

멸망한 일족의
역사를 얘기해주고

그 사실을 발설해선 안 된다고
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아무것도 모르는
친척에게 거두어져

힘들게 어른이
됐다고 합니다

 

운전면허를 따고는 일자리를
찾아 도회지로 나왔지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아무에게도 보살핌 받지 않고

남몰래 숨어 살듯이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아빠는 그랬답니다

 

[자연 출산]

 

엄마는 그 작은
아파트에서 절 낳았어요

(유키) 오는 날이었죠

병원도 아닌 데에서
조산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기들끼리

만약 늑대 모습을 한
아이가 태어나면

의사 선생님들이 놀랄 거라며
엄마가 걱정했기 때문이죠

 

무사히 태어나서 다행이야

아니,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있을 거야

착한 애로 자랄까?

머리 좋은 애로 자랄지도

어떤 어른이 될까

간호사든
선생님이든 빵집이든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고 싶어

힘든 일 안 겪고
건강히 자라줬으면 좋겠어

다 자랄 때까지
지켜봐 주자

 

동생이 태어난 건
이듬해 봄

(아메) 오는 날이었지요

 

갑자기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그날 아빠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진 모릅니다

아기를 위한 사냥 본능이
작용한 걸지도 모르고

출산 직후인 엄마에게

영양이 많은 걸 먹게 해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을 잘 부탁해

 

엄마한텐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응, 나한테 맡겨

잘 키울게

 

그 후로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는 전혀 기억 못 합니다

 

맘마

지금 만들고 있어
기다리고 있으렴, 유키

맘마!

다됐어

맘마!

유키!

 

화내거나 떼쓸 때면

금방 털을 곤두세우고
늑대의 모습이 됐다고 합니다

정말, 별수 없네

먼저 비스킷이라도 먹으렴

 

저는 먹보라서

아침저녁으로 먹을 걸 달라며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조금밖에 안 먹고 허약한
동생 아메랑은 정반대였죠

 

엄마는 육아 때문에
대학교는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이 그만두고

 

위험해...

 

아빠가 남긴
약간의 저금이

저희 생활을 지탱했죠

 

위험해...

 

엄마 말로는 우리 남매는

인간과 늑대 중
어느 쪽으로 살아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당했네...

 

주변 사람들과
의논할 수도 없었던 엄마는

혼자서 책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지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2시간 간격으로 수유

좀처럼 젖을 안 물 때면

솜에다 모유를 적셔서
먹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유도 안 먹고
그저 울어대기만 할 땐

어쩔 줄 몰라서

하룻밤 내내 등을
쓰다듬어 줄 수밖에 없었죠

 

이러니 엄마는
금세 초췌해지고

 

괜찮아

 

덕분에 아주 잠깐 사이에도
눈을 감으면 잠들게 됐지요

 

엄마

 

왜?

 

문제는 아플 때였죠

 

유키?

 

유키?

 

유키!

 

[아사히 소아 클리닉]

 

[우오타 동물병원]

 

[아사히 소아 클리닉]

 

소아과와 동물병원

어디로 갈지를 몰라서

아이가 잘못해서
건조제를 먹어서...

2살배기예요

네, 뱉었어요

피는 안 섞였어요

실리카겔이라고
적혀있어요

저, 위험한 건...

네? 식욕 말인가요?

 

배고파!

 

그런가요

괜찮은 건가요...

아빠가 어릴 적에
어떻게 자랐는지

물어보지 못한 걸 후회했죠

 

산책!

유키!

산책!

요전에 아픈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니까...

산책!

알았다, 알았어

자, 귀 집어넣고

 

좋아, 산책 가자

 

그러니까 귀!

또 내놨네

 

자!

 

안녕
귀엽구나

귀엽대
잘 됐다

 

죄송합니다

아뇨...

 

하지만 문제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고

 

몇 신 줄 알아?
울음 좀 그치게 해!

 

정말 죄송합니다

맨날 밤마다
시끄럽다고, 인마

죄송합니다, 정말...

 

가정 교육 좀 똑바로 해!

 

착하지

괜찮단다

 

우리 아파트, 애완동물 금지라고
계약서에 분명히 써있었죠?

안 길러요

거짓말도 참

다 알거든요

알겠죠?
자꾸 제멋대로 굴면

저흰 어디 딴 데 가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아동 상담소...

예, 저희는 자녀분들을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죠?

알아보니 둘 다
정기 검진이나 예방 접종을

한 번도 안 받았던데요

 

괜찮아요
건강해요

그러면 얼굴이라도
잠시 보여주시겠나요?

아뇨, 그건...

잠깐이면 돼요

말씀하시는 게 진짠지 아닌지
확인만 하면 되니까요

아, 안 돼요

이러시면 학대나 방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요!

 

가주세요!

 

느려!

 

얘들아

 

왜? 엄마

앞으로 어쩔래?

인간? 아니면 늑대?

 

이사하려고 해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게

 

면사무소에서 빈집
소개 일을 시작한 후로

전원생활 하고 싶단 사람들이
간간히 찾아오긴 하는데

오래 가질 못하죠

보시다시피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초등학교도 병원도
차 타고 30분

중학교 올라가면 버스랑
전철로 편도로 2시간 반

왕복 5시간이라고요!

아무리 환경이 좋은 데에서
애들을 키우고 싶어도

 

도회지 쪽이 편리할 것
같은데 말이죠

 

크다...

뭐, 집세는
거저나 다름없지만

수선비가 장난 아니라고요

빈집이라기보단

아, 신고 들어오셔도 돼요

사실상 폐가니까요

하지만 일단
전기는 들어오고

계곡물도 마르진 않았고

곳간 물건도
맘대로 써도 되니

밭인가요? 저거...

아, 여긴 자급자족엔 안 맞아요

동물들이 산에서 내려와서
밭을 다 망쳐요

힘들게 채소를 재배해도
전부 먹어버리죠

이 주변에 빈집밖에 없는 건
인간이 밀려났기 때문이에요

그럼 이웃은...

이웃은 무슨, 한참은 내려가야
사람 보든 말든 하죠

 

다른 데 알아볼까요?

마을 쪽에서 좀 더 나은...

정했어요

 

여기로 정했어요

 

어째서?

와, 여기 어디야?

우리 새 집

 

무너졌어!

 

어? 개미야 안녕?

 

뭐지, 이건?

 

쿵 쿵!

 

살려줘...

 

어때?

마음에 드니?

마음에 들어!

이제 돌아가자...

 

기어코 주변에 사람이
없는 데가 좋다고...

 

좀 별났달까요

- 남편은?
- 글쎄요...

- 수입은?
- 글쎄요

그럼 애들 데리고
어떻게 산단 거지?

 

니라사키 할아버님!

이번엔 살갑게 대해주세요!

 

봐봐
엄마, 이거 봐!

짠!

 

이리 와봐

자!

 

자, 이리 와봐!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이, 잠깐

저게 소문 자자한 그?

 

으쌰

 

앞으론 최대한
절약해야겠다

절약?

 

적어도 채소 정돈
재배해야겠다 싶어서

 

유키도 같이 할래!

 

여기서 기다리렴

 

- 부탁합니다
- 네

이것도 부탁합니다

 

유키!

 

유키랑 아메가
늑대아이란 건

우리들만의 비밀이야

- 응
- 응

만약 갑자기 늑대가 되면
다들 엄청 놀랄 거야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늑대가 되면 안 돼

알았지? 약속

알았어!

 

그리고 또 한 가지

만약 산에서 동물을 보면

으스대면 안 돼

왜?

분명히 아빠가 슬퍼할 거야

응? 알았지?

- 알았어!
- 알았어!

 

왜지?

왜일까

 

저기, 죄송한데요

 

숲 속에 낙엽
가져가도 되나요?

뭐라고?

낙엽이요!

그런 걸 허락받고
가져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감사합니다

 

언제까지 버티려나?

얼마 안 가서 편의점이다
노래방이다 노래 부를걸?

아무렴

 

이번에야말로...

 

엄마...

 

아메? 왜 그러니?

얼룩 고양이!

늑대 주제에
약해 보이니까 찍힌 거야

가벼운 상처야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선 제대로 못 살아가!

유키

괜찮다고 해줘

괜찮아, 괜찮아

유키는 멧돼지한테도
안 진다고!

멧돼질 봤니?

봤어!
원숭이도 산양도 봤어!

그치만 하나도 안 무서워!

쫓아가면 도망가서 재밌고

- 게다가!
- 유키!

게다가 말야
오줌 누면...

말했지

동물들 앞에서
으스대지 말기

- 그치만...
- 부탁이야

 

 

고맙다

또 괜찮다고 해줘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정말

늑대의 아이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 걸까?

 

유키, 기다리렴

어부바

벌써?

왜 이리 느려!
빨리!

 

늑대는 생후 4개월이
지나면 사냥을 시작합니다

우선 쥐처럼 작은
동물로 사냥을 익히고

성장함에 따라
어른 늑대와 팀을 짜서...

팀!

싫어

흥, 됐어!

 

너무 멀리 가면 안 된다!

응!

 

이제 돌아가자

아메, 이 야생초
먹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잡았다!

 

잡았다!

 

얘, 아메
이거 보렴

 

괜찮아, 괜찮아

엄마, 봐봐!
가마우지야!

저쪽에 냇물이 있어서!

쉿!

 

엄마

응?

늑대는 왜 항상
나쁜 놈이야?

나쁜 놈이라니
그림책 말이니?

모두한테 미움받고
마지막엔 죽임당해

그러면 나, 늑대 싫어

 

그렇구나, 그치만

엄마는 늑대가 좋아

모두가 늑대를 싫어해도

엄마는 늑대 편이야

 

엄마, 엄마!

응? 왜 그러니?

- 또 시들었어
- 뭐?

 

병들었어?
이게 다?

설마...

엄마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엄마 참 못 났지?
더 공부해야겠다

또 도와줄 거지?

 

좋아

고마워

 

- 들어가 있어
- 응

 

안녕하세요

인사 드리려 간다는 게
경황이 없어서...

먹을 걸 기르는 건 어렵네요

책 보고 따라해도
자꾸 실패만 하고...

그래도 여긴
좋은 곳 같아요

온통 자연에

자연 좋아하네

오늘 심고 내일
자랄 리가 없잖냐

 

그래선 몇 번을
길러봐도 똑같아

그리 생각 안 드나?

그..그건...

웃지 마!

왜 웃지?

웃기만 해선
아무것도 안 돼!

 

그 사람 무서워

으응, 엄마가 아무것도
모르는 게 문제지

어른이면서?

 

너네 아빠한테 더 많이
물어봤어야 했는데

 

엄청 쏟아지네

안녕하세요

저...

자, 이거 줄게

뭐죠?

씨감자

씨감자면 밭에
심는 거 말인가요?

 

그게 아니면 어디다 쓰게?

할아버지가 한 소리
한 것 같던데 신경 쓰지 마

그런 성격이니까

아뇨, 제가 부족해서죠

 

안녕!

 

죄송해요

됐어

 

 

니라사키 할아버님
씨감자 감사합니다

다 망칠 셈이냐

 

땅부터 갈아엎어

 

그렇게 파서 쓰나

죄송합니다

 

저, 비료 같은 건...

낙엽 섞어 넣었지?

- 네
- 그럼 됐어

 

끝나면 여기도 간다

그렇게 넓을 필욘...
애들이랑 셋이 먹을 건데

 

못 들었냐

 

 

이랑을 만들어

 

 

더 간격을 넓혀

 

너무 낮아
더 높이

 

1주 지나면 벤 쪽을
아래로 해서 심어

물도 주지 마
내버려둬

 

저...

여러모로
가르쳐주셔서 감사...

 

엄마 괜찮아?

 

안녕하세요

잠깐 와봐

 

됐으니까 일단 와봐

 

잔말 말고

 

이봐, 잠깐

아, 네

카모마일이랑 양배추

같이 심으면 벌레도
안 생기고 맛도 좋아져

아, 안 되지! 양배추엔
당연히 샐러리지!

아니지, 아니지
초심자는 이것부터지

안 돼, 안 돼!

카모마일 갖고
요깃거리나 되겠냐

심는 건 이 정도로
얕게 심어

아니지, 우선 심는
구멍에 물을 뿌리고...

안 돼, 물은 나중에 줘도 돼
일단은 심고 나서

아니야, 아니야!

거름은 이 정도로
드문드문 주면 돼

너무 많아봤자
벌레밖에 안 꼬인다고

안 돼, 줘봐

더 팍팍!

아니라니까!
이 정도면 돼!

이 녀석 말대로 하면
반드시 실패할 거다!

그건 너겠지

- 뭐라고?
- 뭐라고?

 

목초액?

숯 연기로 만드는 거야

그리고 계분
사용법은 안에 써있어

일부러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지?

아뇨

익숙지 않은 땅에서 힘들지?

모르는 것투성이라
매일 많이 배우네요

겨우 도회지에서 와놓고선

금방 질리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거든

젊은 사람이 저 말고도?

아니, 정년 퇴직한
아저씨들이지

웃음이 다 나와
정신력이 약해 빠져서

 

내가 말하기도 뭣하지만
그리 살기 편한 덴 아니니까

배수도 안 좋고
눈도 잔뜩 내리고

서로 돕고 살아야지

 

이웃 만들기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

여기 젊은 엄마들이
굉장히 적어서

동지가 생기니까 든든해

뭐든 물어봐

저, 그럼...

 

뭐? 저금으로
생활하고 있어?

하지만 슬슬 일도 해야...

일자리 찾기
장난 아니라고!

보육원에 애들 맡기고
다들 멀리까지 통근한다고

그치?

보육원은 뭐하는 데야?

응?

왜 유키, 아메는 안 가?

그러니까 그건...

유키도 보육원 가고 싶어!

안 돼!

- 갈래!
- 안 돼!

갈래 갈래 갈래 갈래 ...

 

갈래!

보육원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

유키, 밥 어서 먹으렴

비밀이란 건 안단 말야

하지만 유키
잘할 수 있단 말야!

그래도...

잘할 수 있단 말야...

 

유키...

유키 엄마, 개 키웠어?

아, 네, 뭐...

 

저거 늑대 아냐?

- 응? 여보, 저거 늑대지?
- 아뇨, 그건...

말이 되는 소릴 해!
요즘 일본에 늑대가 어디 있어!

저건 셰퍼드랑 뭐랑
잡종이겠지

그렇지? 유키 엄마

맞지? 맞지?

어? 개가 없어

니라사키 아줌마
안녕하세요

어머, 유키짱
오늘은 싹싹하구나

오, 개랑 맞춰 입은 게냐

귀엽구나

유..유키...

 

왜 그래? 유키 엄마

 

저기요

 

저기요

 

니라사키 할아버님
어디 가셨지...

음, 잘 자라는구먼

여러분 덕이에요

우리는 쑥대밭이 돼서
덕분에 살았어

쑥대밭이 되다니, 왜요?

멧돼지지

자, 이거 가져가

이렇게나...

 

멧돼지 때문에...

아, 이거 잘 받을게요

아침에 소리도 없이
전부 파헤쳐 놔서...

올해는 사카이 댁
논까지 내려온 것 같아

자, 대신 이거

무거울 거야

하나 씨 밭밖에 없어
동물 피해를 면한 건

이런 산속인데 참 신기해

뭐 요령이 있지?

아뇨, 요령이라뇨

다들 궁금해 해

요령이 뭐야?

오줌!

 

기운 넘치는구나, 유키는

 

- 혹시...
- 뭐?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됐어, 감자에 대한 답례야

- 달걀 오랜만에 봐요
- 그거 잘됐네

다 떨어지면 또 말해

 

뭐 이렇게 깜찍하대?

 

이렇게 큰 걸... 됐어요

됐어 됐어, 사양 말고

헛간에서 놀던 녀석이니까

어... 그래도...

받아

갖고 돌아가면
할아버지가 화낼 거야

할아버지가요?

하나, 하나 하고
얼마나 찾는 건지

- 반한 거야
- 90 다 된 양반이

애초에 돌봐주라고
사람들을 몰아붙인 것도

바보! 말하지 말랬지!

 

그랬구나...

 

밭이 넓어야 하는 이유
이제 알겠어요

 

맘에 안 들어

 

왜 그렇게 맨날
헤벌레 웃는 거지?

 

웃지 마!

 

뭐가 그렇게 웃기단 거지?

 

원랜 남의 눈을 피해
이리로 이사 왔던 건데

어느샌가 마을 사람들한테
신세 지고 있어

 

처음엔 힘들었지만

어떻게 여기서
살아갈 수 있겠어

 

우와!

 

어..엄마...

 

아메!
엄마, 아메가!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엄..마...

 

아메!

 

엄..마

 

아메... 아메!

 

아메!

 

눈 좀 떠봐, 아메!

눈 좀 떠봐!

아메...

아메, 아메...

 

눈 좀 떠봐...

 

아메...

 

엄마, 숨 막혀

아메!

 

나 있지, 뿔호반새 봤어

엄청 멋진 뿔호반새

오늘은 나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왠지 평소랑 전혀 달랐어

안 무서웠어

갑자기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어?

 

왜 울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렇게 무서운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고

나중에 엄마가 그러더군요

 

그 후로 아메는 완전히
딴 사람처럼 변했습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가올 무렵

전 다른 애들처럼 초등학교에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죠

 

엄마를 설득하려고
시키는 대로 다 하고

괜한 건 아니었는지라
드디어 다닐 수 있게 됐는데요

다만
- 무슨 일이 있어도

늑대가 되지 않는다

안다니까, 정말

- 약속이다!
- 알았다니까

그럼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뭐야? 그게

 

늑대가 안 되는 주문

주문?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이렇게 하는 거야

- 선물
- 세 개, 문어 세 마리

-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빨리!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지요

 

그렇게 가고 싶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야 된다

응!

 

시나, 안녕

안녕, 유키

자리 맡아놨어

고마워

 

그럼 이 문제 아는 사람

저요! 저요!

 

얘, 뛰면 못써!

 

빠르다

유키, 대단해!

유키!

 

- 감사합니다
- 안녕히 가세요

 

기다렸지?

 

이거...

 

[  니이카와 자연관찰의 숲  ]
[자연관찰원 어시스턴트 모집공고]

 

기다리셨죠
가보실까요?

자연관찰원인 텐도입니다

니이카와 자연관찰의 숲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연관찰원은 그냥 자연을
지키는 게 다가 아닙니다

환경교육, 현장조사,
동식물 보호

이 세 가지 임무를

자원봉사자들의 협력을
얻어가며 하게 됩니다

활동 범위가 넓은지라
전문성이 필요하고

그와 함께 뭐든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 바쁜 자연관찰원을
보조해주실 분들을 모집하는

뭐 그런 건데요

솔직히 말해서 시급은
상당히 낮습니다

장래에 관찰원을
지망하는 분들의

공부를 위한 연수비 의미
정도밖엔 못 드립니다

고등학생 아르바이트
시급이 훨씬 나아요

그래도...

하시겠나요?

 

저...

늑대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팀버늑대입니다

얌전하네요

늙었으니까요

 

이사장님, 저...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는데요

이 애는 늑대아이예요

아빠 늑대는 죽었고요

저는 엄만데요, 늑대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요

그쪽은 어떻게
어른 늑대가 되셨나요?

 

숲에서 살던 때에 대해
좀 알려주시겠나요?

 

죄송합니다

 

어떤 갑부가 특별 허가를
얻어서 사육하던 건데요

죽고 데려갈 사람이 없어서
저희 쪽에 들어온 겁니다

원래는 모스크바에 있는
동물원에서 태어났다고 하던데요

야생이 아닌가요?

동물원에 야생 늑대는
없지 않을까요?

번식해서 태어나면
다른 데 보낸다는 것 같고요

말고도 다친 들새나
야생 너구리도 종종 들어와서

저희가 맡아서 치료한 후...

 

앞으로 계속 다니게 될 텐데

아메, 같이 다닐 수 있겠지?

 

산이나 자연에 대해서

일하면서 배워서 가르쳐줄게

 

진짜는 처음 봤어

늑대?

아빠도 저랬어?

으응, 전혀

- 다행이다
- 왜?

왠지 그쪽
쓸쓸해 보였거든

 

아빠 보고 싶다

 

엄마도 다시 보고 싶다...

 

이렇게 엄마가
일자리를 찾았을 무렵

저는 큰 충격을
받고 있었지요

 

유코 잘한다!

케노야말로!

네 잎 클로버 찾았다!

나도!

유키! 뭐 찾았어?

응! 봐!

 

장난으로 구렁이를 팔에
두르고 하는 여자애는

저 말곤 없다는 것에

봐봐, 이거 엄마가 준 거야!

예쁘다!

요전에 생일에
사달라고 한 거야

좋겠다

유키 보물 상자도 봐봐

응!

어디 어디

자!

 

동물 뼈나 파충류 말린 걸
모아놓고 좋아하는 여자애는

저 말곤 없다는 것에

 

다른 여자애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죠

 

전 결심했지요

앞으로는 되도록 얌전히

여자애답게 행동하기로

 

웃지 마!
진지한 고민이라고!

유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애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게 싫다고

별수 없네

응?

 

엄마가 절 위해
새 원피스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나네요

 

덕분에 반에서
것도는 일 없이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었지요

 

유키짱 옷 예쁘다!

멋지다!

제가 이 원피스 덕을
얼마나 봤는지 몰라요

 

이듬해, 아메를 학교에
보내는 건 큰일이었지요

알았지?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다

 

학교는 이쪽!

 

[입학 축하해요]
[  1학년  ]

 

[다들 사이좋게]
[  2학년  ]

 

[기운 넘치는]
[  1학년  ]

 

[친구끼리 사이좋게]
[   2학년   ]

 

[인사는 확실히]
[  3학년  ]

 

[함께 날갯짓하자]
[   4학년   ]

 

[스스로 생각하자!]
[   3학년   ]

 

안녕하세요

- 음? 아메 군, 학교 쉬냐?
- 으응

- 그럼 땡땡이?
- 응

 

언제든 와라

늘 신세지네요

 

여기가 관찰구역이에요

아직 꼬리가 달린
청개구리를 볼 수 있죠

 

하나 씨, 좀 도와줘

네!

 

자, 다들 주목!

전학생을 소개할게요

후지이 소헤이입니다

그럼 인사

후지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만나서 반가워

 

야, 너네 집 혹시 개 키워?

응? 왜?

왠지 누린내 나길래

 

- 안 길러
- 응? 이상하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뭔데 뭔데?

응? 아니, 냄새가...

냄새? 무슨 냄새?

착각..인가?

 

어느 걸로 할까요

좋아, 이거다!

 

대박!

 

어? 유키, 너도 와봐
소헤이 얘 재밌어

 

맞다, 책 반납해야지

 

쟤 왜 저런대?

평소엔 안 저런데...

 

야, 유키
있잖아

 

유키, 있잖아

 

야, 유키!

유키

야, 유키!

 

솔직히 말해!

 

내가 너한테 무슨 짓 했어?

아니

내가 전학생이라
맘에 안 드는 거지?

맞지?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그럼 왜 피하는데!

피한 적 없다니까!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야!

 

좀 있어봐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왜 그래?

만지지 마!

 

유키! 유키!

 

하나 씨, 전화!

 

여보세요

 

죄송합니다
일하는 중에

 

머리에서 얼마나
피가 났는지 아세요?

귀야

유키

무슨 말을 해도
입을 안 열어서...

 

진짜로 다치게 한 거니?

 

사과했니?

 

사과하렴

사과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하니
소헤이 어머님

치료비는 학교
보험도 있고 하니...

설마 머리 숙이면 다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만일 귀가 먹었으면
어쩔 셈이었죠?

아이의 행동은
부모 책임이잖아요!

빚 내서라도, 집 팔아서라도
갚으실 건가요?

뭐, 아무튼 여기선 그러니...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기 전엔!

늑대...

 

늑대가 그랬어

 

늑대가 그런 거야

소헤이?
너 무슨 소리니?

소헤이

소헤이?

 

소헤이는 어디 갔나요?

조퇴했어요

왜죠?

다쳤거든요

왜 다쳤죠?

그건...

누가 다치게 한 거죠?

그러니까...

 

유키!

 

왜 저래?

 

- 난 봤지롱
- 그만해!

조용히!
다들 조용히!

 

소용없었어

 

주문

몇 번을 시도해봐도

 

이제 학교에서 쫓겨나?

 

이제 지금 집에서도
못 사는 거야?

 

미안...

 

미안...

 

엄마, 미안...

괜찮아, 괜찮아

 

소헤이?

 

프린트, 소헤이가

 

소헤이가

 

소헤이!

 

오늘은 시나네 놀러 갔어

 

그런가요

 

아, 잠깐 있어봐

 

멀었지?

매일 와줘서 고맙다

 

유키가 학교에
안 오는 것도 싫고...

 

저기, 그때 늑대가
그랬다고 그랬지?

그게 무슨 뜻이니?

그건 그러니까...

못 믿으실 것 같지만

그때 순간 늑대가 보이고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다쳐있고

그러니까 다치게 한 건
그 늑대니까

그러니까 유키는
잘못 없단 거죠

뭐랄까, 다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그러지만...

그래...

 

한 가지 더 물어봐도 될까?

늑대가 싫니?

 

딱히 싫진 않아요

 

나랑 똑같네

 

이거 볼래?

 

멋지지?
만져볼래?

 

- 안 아파?
- 가려워

 

가자

 

다녀오겠습니다

 

어디 가니?

선생님한테

무슨 선생님?

선생님은... 선생님

그래

- 혼자서 괜찮겠어?
- 응

- 조심해야 한다
- 응

- 너무 늦지 말고
- 응

 

- 유키는?
- 오늘부터 학교

그거 잘됐네
아메는?

갈 때도 있고
안 갈 때도 있고

됐어, 그런 건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 잘
안 가는 녀석은 장래성이 있어

에디슨이랑 내가 그렇지

또 엉뚱한 소릴

그리고 보니
누가 산에 사나?

산?

선생님한테 간다고 아메가...

당연히 할아버지네인 줄...

글쎄다...

농번기에 산에 들어가는
사람도 다 있나?

 

선생님은 뭐든 알아

산에 대해서는 뭐든

아메가 나이 많은
사람이랑 친하게 지낸다니

다음에 집에 모셔와 봐
답례도 하고 싶고

그리고...

선생님은 인간은 안 만나

곰이나 멧돼지처럼
마을엔 안 내려와

 

하지만 엄마라면 괜찮으려나?

 

선생님은 이 주변 산을
전부 다스리는 주인이야

 

아메가 늘 신세집니다

 

[고향의 자연]

 

이제 들어가도 되겠다

 

누나도 선생님한테 배워봐

사냥 실력 불쑥 늘 거야

숲을 전속력으로
달리려면 요령이 필요해

그리고 지형 읽는 법도

많이 배우게 될 거야

계곡물 찾는 법이랑
날씨 변화

거기다 영역 정하기랑
서로 돕는 법도

갈 리 없잖아

왜?

너야말로 왜 학교
안 나오는데?

산 쪽이 재밌는걸

모르는 게 잔뜩 있단 말야

- 몰라도 돼
- 왜?

됐으니까 학교 나와!

 

- 싫어
- 왜

- 늑대니까
- 인간이잖아

늑대잖아

 

이제 절대 늑대
안 되기로 결심했어

왜?

 

- 응, 왜?
- 인간이니까!

알았어? 인간이니까!

그러니까 왜?

왜 소리 좀 그만해
시끄러워

누난 늑대잖아
늑대 주제에

시끄러워!
아무것도 모르면서!

뭘!

 

내일 학교 안 오면
가만 안 둔다!

싫어

가만 안 둔다!

싫어!

 

해보게?

 

뭐야, 무슨 소리니?

 

유키! 아메!

 

그만하렴, 둘 다!

 

그만, 유키, 아메

 

유키? 아메?

 

아메?

 

유키도 아메도
자기 길을 걷기 시작했어

 

바라던 일일 텐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응? 왜일까?

 

제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엔
기록적인 호우가 몇 번이나 왔죠

아메는 빈번히 산에
들어가게 됐지요

이 호우가 선생님과 산의
동식물들에게 줄 영향을

매우 걱정하는 눈치였어요

 

아메!

 

여태 어디 있었니?

차가워라...

있어봐, 지금 목욕물 데울게

선생님이 다리를
다쳐서 못 움직여

아마 곧 죽을 거야

 

지금까지 선생님이 하던 걸
누군가가 대신해야 해

 

아메

 

이제 산에 가면 안 된다

알았지? 넌 아직
열 살이야, 애라고

설령 늑대가 열 살이면
충분히 어른일지 몰라도

너는!

 

제발...

이제 산엔 가지 말렴

엄마 부탁이다

 

- 맞다, 그거 알아?
- 뭐?

우리 부모님
말하는 걸 들었는데

소헤이네 엄마, 결혼한대

 

- 왜 왜?
- 미인이라 그렇겠지

그럼 소헤이
새아빠 생기겠네

잘됐네

근데 말야
소헤이는 그걸 모른대

 

- 거짓말!
- 모른다고?

 

진짜?

알았지?
절대 말하기 없기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낮에는 맑겠으나

저녁에서 밤 동안
거센 비가 내리겠습니다

 
나가실 땐 충분히 주의해주세요

     엄청 찐다!     
나가실 땐 충분히 주의해주세요

 
나가실 땐 충분히 주의해주세요

우선 기상 정보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 누나
- 응?

오늘은 집에 있어

응?

엄마랑 있어

왜?

버스 시간 늦겠다

네!

 

네가 있어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서북부, 맑은 뒤 흐림

곳에 따라 천둥을
동반하겠습니다

서남부, 맑은 뒤 비

    아메?    
동북부, 맑고 때때로 비

아메!
동남부

맑고 때때로 비가 오겠습니다

 

집을 나갈 땐 우산을...

안에 들어가자

 

제비가 3시간에 날 수 있는
거리를 구하는 문제인데요

일단 시속 70km의
의미는 알겠나요?

시속 70km, 시속이란 건
1시간에 가는 거리지요

그러니까 1시간에 제비는
70km를 날 수 있다는...

 

북쪽 해상에 정체하고
있던 전선이 남하하여

현내에선 대기가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이후 국소적인
천둥과 돌풍을 동반한

비보라가 몰아치겠습니다

 

예상되는 강수량은

평야 지역은 곳에 따라
시간당 70mm 이상

산세가 험한 곳에선 시간당
100mm를 넘겠습니다

기상대에선 현내 전역에
폭우·홍수경보를 내렸습니다

 

그럼 오늘 오전 11시에
발표된 경보입니다

 

서북부, 폭우, 천둥, 홍수경보...

 

자, 앉으세요

앉으세요!

 

이제부터 집중 호우가
올 것 같아서

오후 수업을
취소하기로 했어요

 

지금 여러분 부모님께 데리러
와달라고 연락하고 있어요

그때까지 체육관에
지역별로 모여서 기다립시다

 

정전?

 

가야 해

 

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

 

아메, 같이 누나 데리러 가자

아메?

 

아메? 어디 있니?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어디 있니, 아메

 

아메!

 

타카히로

 

엄마!

 

케이코

 

아빠!

 

우리 부모님 늦네

걱정 마

그치만...

이대로 학교에 남게 되면
밤새 트럼프 하자

- 트럼프?
- 할래, 할래!

와, 그거 재밌겠다

캠프 같다!

나 교실 가서 가져올게

 

너 트럼프 할 줄 알아?

도둑잡기밖에 몰라

바보!

자, 싸우지 말고

 

시노?

 

아, 아빠!
늦었잖아

미안, 미안
엄청난 폭풍이야, 정말

유키도 같이 데려다 줄게

 

그래
가자, 유키

어... 그래도...

자, 어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희 엄마도 곧 오실 거예요

사양 말고

그래

엄마랑 길이
엇갈리는 것도 그렇고...

하긴 그렇겠다

- 그럼 먼저 가마
- 바이바이

바이바이

 

아메!

 

어디 있니? 아메!

 

아메!

 

아메...

 

어디 있니...

 

소헤이, 얘 늦네...

 

유키 누나?

 

어? 유키 언니 갔어?

 

자, 다들 주목!

남은 애들은 학교 차로
데려다 줄게요

신발 갖고 이리 모이세요!

 

아메!

 

아메?

 

아메!

 

기다려

기다려, 아메!

 

아메...

 

어디니...

 

왜 여기 있어?

그야...

 

늦길래

 

어라? 없네

다들 돌아갔나?

데리러 안 온 건
우리밖에 없나

 

엄마한테 무슨 일 있나...

 

춥다

돌아다녀 보자

 

유키

잠깐

 

이대로 데리러
안 오면 어쩌지

학교에 살면 되지

말이 돼?

밤엔 양호실에서
자면 되잖아

- 밥은?
- 남은 급식 먹고

계속 데리러 안 오면?
계속 학교에 살 거야?

일하면 되지
신문 배달 같은 거

어린애잖아
누가 받아줘

나이 속여야지
중학생 정도로

중학생으로 보이나?

 

- 안 보여
- 그런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나도

 

아메...

어디서 떨고 있진 않니?

집을 못 찾아서
울고 있는 건...

 

내가...

지켜..줘야...

 

내가... 지켜...

 

아무도 없나요?

 

갔어

 

아직도 두근거려

야, 왜 숨은 거야?

 

응?

 

바다 같다

빨려들 것만 같아

 

정말 계속 여기서
몰래 살 수 있을까

데리러 안 오면
어쩔 수 없지

왜? 소헤이네 엄만
분명히 올 거야

안 와

왜? 뭣보다...

 

우리 엄마, 결혼했어

뱃속에 아기가 있어

태어나면 난
이제 필요 없대

 

그렇게 소헤이를
걱정해놓고...

난 그래도 상관없지만

앞으로 가출해서
복서나 레슬러가 돼서

한 마리 늑대처럼
살아갈 거야

어때, 될 것 같아?

 

소헤이는 금방 당할걸

비실비실하잖아

단련할 거야

단련해서 혼자서
살아갈 거야

 

소헤이...

 

나도 너처럼

솔직하게 털어놓고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소헤이

그때 널 다치게 한
늑대는 나...

 

나야

 

말해야겠다고
줄곧 생각했어

 

지금까지 괴로웠어

 

알고 있었어, 줄곧

 

유키, 네 비밀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아무한테도 말 안 해
그러니까

 

이제 울지 마

 

안 울어
빗방울이야

 

고마워

 

아메, 어디 갔니?

 

아메?

 

아메

 

찾았잖아

자, 어서 집에 가서
누나 데리러...

 

하나

 

보고 싶었어

 

그동안 고생했지?

- 미안
- 으응

 

계속 널 지켜봤어

 

알고 있었어

애들을 잘 키워줬어

으응, 전혀

실수투성이인걸

정말이야

유키, 아메
둘 다 잘 컸어

으응, 뭣보다...

아...

아메가...

맞아, 아메가 없어

 

아메?

아메라면 괜찮아

하지만...

 

괜찮아
다 컸어

 

다 컸어?

자기 세계를 찾은 거야

 

아메?

 

아메!

 

떠나려는 거니?

 

그치만...

엄만 너한테 아직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아직 아무것도...

 

그런데...

 

기다려!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

 

건강히...

잘 살아야 한다!

 

건강히 지내렴

 

그날 아침 일은
절대 잊지 못할 거라고

엄마가 그러더군요

 

막 씻겨진 나뭇잎

막 씻겨진 거미줄

막 씻겨진 하늘

 

모든 게 햇빛으로 빛나고

마치 세상이 하룻밤 새
다시 태어난 것처럼

보였다고
엄마가 그러더군요

 

이듬해, 중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저는 집을 나왔지요

 

저희를 키운 12년의 세월을
엄마는 뒤돌아보곤

정말 동화 속 얘기처럼
한순간이었다며 웃더군요

 

정말 만족스럽게

저 멀리 산봉우리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 웃음이 저는 정말

감사했어요

 

엄마는 지금도
그 산속에 있는 집에서

조용히 살고 있답니다

 

まだ見ぬあなた 逢えますように
아직 보지 못한 널 만나기를

おなかをさすり いつも願った
배를 쓰다듬으며 늘 빌었단다

ふうう ふうう
우우우 우우우

どんな かおしてるかな
어떻게 생겼을까

ふうう ふうう
우우우 우우우

どんな こえをしてるの
목소리는 어떨까

おおきな瞳 わたしを映す
커다란 눈이 나를 비추네

なみだの粒が ほほにはじける
눈물 방울이 뺨에 떨어지네

まんま まんま
맘마 맘마

おいで ごはんできたよ
이리 오렴, 밥 다됐단다

たたた たたた
다다다 다다다

おいで さんぽいこうよ
이리 오렴, 산책하러 가자

泣きはらした目で 膝を抱える
퉁퉁 부은 눈으로 웅크리고 있는

訳を聞かせて すべて話して
이유를 알려주렴, 전부 말해주렴

だいじょうぶ どこへも行かないよ
괜찮아, 아무 데도 안 간단다

なにがあっても いっしょにいるよ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란다

あなたの笑った顔が 好きよ
너의 웃는 모습이 좋단다

落ち込んでいても 元気をくれる
풀이 죽었을 때도 기운이 나게 해준단다

ルルル ルルル
루루루 루루루

おいで 歌 歌おうよ
이리 오렴, 노래하자꾸나

うおおん うおおん
워어어 워어어

おいで のど 鳴らそうよ
이리 오렴, 목청 높히자꾸나

きらら きらら のびのび 育っておくれ
바안짝 바안짝 무럭무럭 자라주렴

雪を駆け 雲を数え
눈 위를 누비며 구름을 세며

雨に遊び 風に吹かれて
빗속을 뛰놀며 바람을 맞으며

花に埋もれ 草笛鳴らそう
꽃 속에 파묻혀 풀피리 불자꾸나

四本足で 二本の足で
때로는 네 발로, 때로는 두 발로

新しい朝 新しい風
새로운 아침, 새로운 바람

あなたのために準備されたの
널 위해 준비된 거란다

新しい朝 新しい光
새로운 아침, 새로운 빛

世界はあなたのためにある
세상은 널 위해 있는 거란다

新しい朝 新しい虹
새로운 아침, 새로운 무지개

世界は不思議に満ちている
세상은 신비로 가득 차있단다

ふたつの道の どちらか選び
두 개의 길 중 한 쪽을 택하여

遥か彼方 見つめるまなざし
저 멀리를 바라보는 눈빛

 

してあげられる こと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もう なにも ないのかしら
이젠 아무것도 없는 거니

いつかあなたが 旅立つときは
언젠가 네가 여행을 떠날 땐

きっと 笑って 見送ってあげる
꼭 웃으며 보내주마

ううう ううう
우우우 우우우

でもちょっと さみしいかな
하지만 조금 쓸쓸하려나

うおおん うおおん
워어어 워어어

おねがい しっかり生きて
부탁이다, 잘 살아야 한다

 

하느 (@harne_ / http://blog.naver.com/harne_)